[제10화] 기승의 혁명 - 몽키 타법과 무게중심
- 엉덩이를 드는 자가 지배한다 -
지금까지 우리는 말의 몸(하드웨어)과 마음(소프트웨어)을 샅샅이 살펴봤다.
이제 시선을 조금 더 높여보자.
말의 안장 위에 올라탄 ‘사람’의 차례다.
경마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것 중 하나가 기수의 자세다.
안장에 편히 앉지 않고,
엉덩이를 바짝 들고 말목에 매달려 달리는 그 기묘한 자세.
우리는 이것을 ‘몽키 타법(Monkey Crouch)’이라 부른다.
1. 혁명의 시작: 토드 슬로안(Tod Sloan)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전 세계 기수들은 말 등에 꼿꼿이 앉아
다리를 길게 뻗고 타는 ‘직립 타법’을 고수했다.
이 방식이 뒤집힌 건
미국의 기수 토드 슬로안 덕분이다.
그가 영국 경마장에서
엉덩이를 치켜들고 말목에 납작 엎드린 채 달리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원숭이가 매달려 있는 것 같다"며 비웃었다.
하지만 그가 승리를 휩쓸기 시작하자,
이 자세는 전 세계 경마의 표준이 되었다.
2. 과학의 비밀: 무게중심과 공기역학
기수가 안장에 앉으면
체중은 말의 허리에 집중되어
뒷다리의 추진력을 방해한다.
반면, 몽키 타법은
기수의 체중을 말의 추진력이 시작되는
어깨와 앞다리 쪽으로 옮겨준다.
그 결과 말은 뒷다리의 힘을 온전히 지면으로 전달하게 된다.
여기에 상체를 바짝 낮춰
거대한 벽과 같은 공기 저항까지 뚫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몽키 타법의 진짜 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