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체학개론 - 제2화 (하)


승부는 목(Steering)에서 갈린다 - 유연함이 곧 무기다




지난 (상)편에서 우리는 말의 심장인 '가슴'을 보았다.

하지만 엔진만 좋다고 우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진짜 승부는 '목'에서 갈린다.

경마 격언에 "목은 제5의 다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목은 달릴 때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리듬을 만드는 핵심 부위다.






점두: 리듬을 만드는 마법




말이 전력 질주할 때
고개를 앞뒤로 끄덕거리는 동작을 '점두 운동'이라고 한다.

말은 목을 앞으로 쭉 뻗으며
그 반동을 이용해 뒷다리를 깊숙이 당겨와 땅을 박찬다.

즉, 목이 부드러워야 뒷다리(후구)가 힘을 쓴다.

목이 뻣뻣하면 점두가 안 되고, 점두가 안 되면 뒷다리의 추진력이 전신으로 전달되지 않아

모래판을 헛돌게 된다.






반면교사 '칠성호': 목이 뻣뻣하면 무너진다




내 기억 속에 이 '유연성'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가르쳐준 말이 있다.

바로 '칠성호'다.

녀석은 스타트 하나는 끝내주는, 힘이 장사인 말이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으니 바로 '목과 몸이 통나무처럼 뻣뻣하다'는 것이었다.




유연성이 없으니 리듬을 타지 못했다.

앞다리는 뻗는데 목이 도와주질 않으니
4코너만 돌면 추진력이 죽어버렸다.

게다가 목이 뻣뻣한 말은 입(재갈받이)도 세다.

얼마나 무식하게 끌어대는지, 고삐(Reins)를 잡은 손목이 끊어질 듯 아파

칭칭 감아서 타야 했을 정도였다.

결국 녀석은 늘 막판에 제풀에 지쳐 걸어 들어오곤 했다.






유연한 곡선의 미학, '옹달샘'




반면에 '옹달샘'이라는 암말은 '유연함'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470kg대의 알맞은 체구에, 무엇보다 목에서 등, 그리고 허리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곡선(Topline)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말이었다.




칠성호와는 정반대였다.

옹달샘의 등에 오르면 기수가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아도

몸이 말의 리듬에 저절로 녹아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 부드러운 연결 덕분에 기수의 부조가 100% 전달되었고,

말 역시 불필요한 체력 소모 없이 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옹달샘은 그 유연함을 무기로,
쟁쟁한 경쟁마들이 출전한 외국 교류 기념 경주에서

예상을 뒤엎고 당당히 입상하며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맺음말]




독자 여러분, 예시장에서 말을 볼 때 '흐름((Topline)’을 보라.

기수와 싸우며 뻣뻣하게 고개를 쳐드는 말은 피하라.

반면, 기수의 손에 부드럽게 순응하며, 목부터 엉덩이까지 물 흐르듯 유연한 리듬을 가진 말이 있다면 주목하라.

그 부드러운 곡선 속에 폭발적인 뒷심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