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체 학개론 최종화




[최종회] 제15화: 정복할 수 없는 삼라만상의 트랙, 2분의 예술




1편: 끝내 정복되지 않는 평행이론 – 골프, 바둑, 그리고 경마




세상에는 인간이 평생을 바쳐 정복하려 하지만,

끝내 완벽히 정복되지 않는 승부의 세계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골프, 바둑, 그리고 경마다.




가만히 멈춰 있는 공을 치는 골프조차

완벽한 정복이 불가능한 이유는

대자연의 변수와 스스로의 미세한 흔들림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골퍼 벤 호건(Ben Hogan)은

"골프는 완벽을 추구하는 게임이 아니라,

실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게임이다"라고 말했다.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다는 바둑 역시 마찬가지다.

바둑계에는

"바둑판 위에 똑같은 바둑은 단 한 판도 없다"는

오랜 격언이 전해진다.




아무리 완벽한 정석을 암기해도,

상대의 변칙 한 번에 반상의 흐름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경마의 본질 역시 이 두 세계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살아 숨 쉬는 500kg의 짐승과

50kg의 인간이 하나가 되어 질주하는 트랙 위에서는

매초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이 쏟아진다.




기수가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보이지 않는 실수'를 극한으로 줄여나가는 치열한 과정과,

찰나의 변수에 대처하는 '임기응변'만이

승부를 가르는 유일한 무기가 된다.




아무리 혈통, 훈련, 전개의 조각을 완벽하게 맞추려 해도,

당일의 미세한 주로 상태나 돌발 상황 앞에서는

기계적인 정답이 성립할 수 없다.







2편: 삼라만상의 2분 예술, 지적 도전의 묘미




이토록 정답이 없고 매번 결과가 달라진다는 불확실성 자체가

수많은 사람을 경마장으로 이끄는 강력한 매력이다.




경마장의 트랙은 단순한 모래밭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탄식이 뒤섞인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축소판'이다.




출발 직전의 팽팽한 긴장감,

혼전 속에서 터져 나오는 변수,

결승선을 통과하는 찰나에 엇갈리는

승자와 패자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단 2분 안에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경마에 완벽한 정답이 없다는 이 명제는,

우리가 경마를 대하는 시선에 묵직한 결론을 던져준다.




똑같은 상황이 단 한 번도 반복되지 않고

대자연의 변수가 결과를 지배하는 스포츠에서

기계적인 '절대 공식'을 찾는 것은 환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치밀한 마체 분석과 조교 상태 확인,

기수의 성향과 주로의 흐름을 파악해

우승마를 추리해 내는 것은

경마의 빼놓을 수 없는 지적 즐거움이다.




무한대의 변수를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더라도,

그 불확실성 속에서 안목과 통찰을 동원해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끝없는 도전.

그것이야말로 경마가 선사하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다.




<마체학개론>의 기나긴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진정한 승리자는 단순히 배당판의 숫자에 갇혀

일희일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끝내 정복되지 않을 무한한 변수 앞에서도

묵묵히 트랙을 질주하는 인마의 땀방울을

꿰뚫어 볼 줄 아는 사람이다.




이 2분 남짓한 삼라만상의 예술을

깊이 있는 안목과 지적인 도전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경마가 가진 진짜 매력이

당신의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지난 8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마체학개론>의 여정을 함께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배당판의 숫자 뒤에 숨겨진 말과 기수의 땀방울,

그리고 경마의 진짜 본질을 전하고자 시작한 이 연재가

여러분의 시야를 조금이나마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비록 연재는 여기서 마침표를 찍지만,

트랙 위에서 펼쳐지는 인마일체의 2분 예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순수한 레저로서 경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즐겨주시길 당부드리며,

오랜 기간 보내주신 과분한 성원에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