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무기 - '부조(扶助)'의 비밀 (2)
- 체중 전이와 짝짝이 등자의 물리학 -
고삐와 채찍 말고도 초보자들의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그러나 경주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부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기수의 몸 자체를 활용하는
‘체중 전이(Weight Transfer)’다.
1. 오해: "기수의 엉덩이가 틀어졌으니 승부 회피다?"
과거 예상가에 발을 담근 어떤 이가
이런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코너를 도는 기수의 엉덩이가 말의 정중앙에 있지 않고
한쪽으로 삐딱하게 틀어져 있으니,
이는 말의 주행을 고의로 방해하여
'승부를 회피'하려는 불량 기승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현장의 역학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해프닝이다.
코너에서 기수의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방해가 아니라,
오히려 원심력을 이겨내고 말이 부드럽게 코너를 빠져나가도록 돕는
가장 고난도의 '체중 전이 부조'다.
표면적인 현상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면
이런 오해가 벌어지기도 한다.
2. 짝짝이 등자가 만드는 시너지 효과
한국의 경마장은 모두 시계 반대 방향,
즉 왼쪽으로 트랙을 돈다.
시속 60km로 왼쪽 코너를 돌 때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으려면
말과 기수 모두 무게중심을 안쪽(왼쪽)으로 단단히 기울여야 한다.
이 원활한 체중 전이를 돕기 위해 기수들은
양발을 거는 등자의 길이를 다르게(짝짝이로) 세팅한다.
회전하는 안쪽인 왼쪽 등자를 오른쪽보다 한두 코,
심하게는 한 뼘 이상 길게 조절하는 것이다.
왼쪽 등자가 길면 기수의 왼쪽 발이 아래로 더 깊이 내려가게 되고,
자연스럽게 기수의 엉덩이와 무게중심이
회전하는 안쪽(왼쪽)으로 묵직하게 쏠린다.
이는 원심력에 의해 말이 밖으로 밀려 나가려는 현상을 최소화한다.
여기에 덧붙여 오른쪽 다리가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상대적으로 짧게 세팅된 오른쪽 등자에 걸린 기수의 무릎은
자연스레 말의 오른쪽 어깨 부근에 위치하게 된다.
코너를 돌 때 이 오른쪽 무릎으로 말의 바깥쪽 어깨를 꽉 눌러주면,
우측 어깨가 밖으로 밀려 나가는 현상을 효과적으로 방지해 준다.
왼쪽으로 중심을 단단히 내리고 오른쪽 무릎으로 어깨를 잡아주는 시너지가 더해지면서,
말은 불필요한 힘을 들이지 않고 한결 수월하게 코너를 돌 수 있는 것이다.
3. 결론: 보이지 않는 1인치의 과학
말의 입에 물린 작은 쇳덩이,
허공을 가르는 채찍의 그림자,
그리고 안쪽 중심을 잡기 위해 짝짝이로 조절한 등자까지.
우리가 관람대에서 보는 호쾌한 질주 이면에는
사람과 말이 0.1초를 단축하기 위해 만들어낸
치밀하고 과학적인 교감이 숨어 있다.
부조(扶助)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때,
경마는 비로소 단순한 경주를 넘어선
'인마일체(人馬一體)의 예술'로 다가올 것이다.